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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

주절주절 :: 2020년 3월 13일

by joyya 2020.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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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3주차.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집순이인 나지만,
퇴근 후 남아도는 시간을 누워서만 보내다보니 아래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 

1) 시간개념이 사라짐.
어제 일, 오늘 일, 저번주 일이 모두 섞여 구분이 되지 않는다.

2) 퇴근 후 시간이 너무 빨리 감.
출퇴근시간이 없어 더 여유로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잠깐 누워서 티비보면 새벽 1시.

3) 내가 뭐하는 인간인가 싶어짐
몇 주를 집에서 시간개념이 사라진채로 있으니, 내 몇주가 통으로 사라진 것 같고 한심하게 느껴진다.

위와 같은 증상을 겪으면서, 
집순이 중에서도 성골 집순이인 나조차도 뭔가 하게 된다. 

최근에는 아이패드와 애플펜슬, 프로크리에이트 앱을 이용해 그림을 따라그리거나,
이북리더기로 책을 읽거나, 크롬캐스트로 큰 TV를 통해 영화, 드라마를 본다. 
이제 영어공부나 한국사자격증 공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갑자기 분위기 취미생활 이야기.

사실, 항상 취미 생활에 대한 관심은 많아 이것저것 사재꼈지만, 
막상 거하게 사놓고 나면 질려서 시작도 안하는 장비병의 소유자인 나는 (주변에도 소문난 수준이다)
지금까지 취미생활에 투자한 돈만으로 몇년을 놀고 먹을 수 있을 정도인데 몇가지 예시로 들자면 아래와 같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당시 좋다는 일제 형광펜, 잉크펜 종류별로 구매 (나의 펜 서랍을 본 친구들은 죽을때까지 다 못쓸 양이라고 했음)
-유명한 스웨덴 6공 다이어리 여러개 (일기용, 문화생활용 등으로 나누겠다는 거창한 포부로)
-위 스웨덴 다이어리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다꾸용 편지지 여러권 등등
-기타 마스킹테이프, 스티커 등 꾸미기 용품
결과 : 나는 평생 다이어리를 꾸준히 써본 역사가 없는 사람이고, 스웨덴 다이어리 역시 내 손에 들어온지 6년이 지났지만 볼펜자국 하나 없다. 

프랑스자수

-DMC 자수실(?)이 유명하다고 하여 종류별로 수백개 구입
-광목 천이 좋다고 하여 여러장 구입
-자수틀은 사이즈별로 구입 (이것도 좋다는 브랜드로 구매했던 기억)
-바늘 사이즈별 세트 (유명한 브랜드)
결과 : 실전에 들어가기 전에 연습으로 손수건에 20분 정도, 유튜브를 보고 자수두기를 시도하였으나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아 그대로 방치. 광목천은 자수틀에 끼워진 적도 없음. (물론 연습이었기 때문에 실도 집에 있던 실 사용.^^)

니들펠트

-원데이클래스에서 강아지 얼굴 만들기 수업을 듣고 흥미가 생겨 바로 풀세트 구매
-관련 서적부터 솜, 바늘, 부자재까지 모두 구매하였음
결과 : 원데이 클래스 이후 한두번 시도했으나 일자목 인간으로서 아파서 포기

그외, 폼폼 (책과 재료만 삼), 보드게임 (엄청 샀는데, 같이 할 사람이 없네?), 책수집 (어릴땐 취미가 독서였는데, 지금은 취미 책수집인듯), 뜨개질 (역시 재료는 샀지만 유튜브 보면서 할라니 안되겠어서 포기) ,피포페인팅, 컬러링북,네일아트 ..등등

 

이렇게 수없이 많은 취미도전 실패는 나의 소극적 완벽주의 성향 탓이다. 
*소극적 완벽주의 : 완벽하게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시작도 안함ㅠㅠ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에서 "초보자라고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요. 모든 직업에 데뷔 시기는 있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몽마르뜨르로는 꽤 중요한 길이니까 알아두세요." 라고 말했듯,

누구나 처음부터 잘 할 수 없고 그런 데뷔 시기마저 나중에 뒤돌아봤을때 소중하다는 걸 알아야되는데!

머리로는 알겠는데, 안되는 걸.....

......

......

재택기간동안 나의 빛도 못보고 매몰당한 취미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건져올려 닦아줘야겠다고, 
이번 재택기간동안의 목표를 세워본다. ㅎ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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